소년챔프 슬램덩크 극장판으로 돌아오다
많은 분들이 꼭 극장에서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후기에서는 스포일러를 하지 않고 느낀 것을 위주로 후기를 남겨보겠습니다. 여러분 일단 꼭 가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어릴 적 오빠가 용돈 모아 사서 보던 유일한 만화책 소년챔프. 사실 나는 만화책이 좋다기보다는 글이 적고 그림이 많아서 보게 되었는데 그 당시 오빠는 붉은 매와 슬램덩크를 보려고 샀던 거 같다. 나는 슬램 덩크와 렛다이를 주로 봤었다. 처음에는 슬램덩크의 기억도 가물가물했다. 그러다 주변인들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심지어 예매까지 해주었다) 심야에 가서 보았다. 자리는 빈자리 하나 없이 꽉 차있었고 나는 어릴 적 슬램덩크를 보며 즐거웠던 기억에 팝콘 세트까지 사들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괜히 사들고 갔다는 생각을 첫 장면부터 했습니다. 눈물이 자꾸 나서 팝콘을 먹지 못할 지경까지 된 것입니다. 저는 일단 자막 버전으로 보았고 아직 더빙판을 보지는 않았지만 더빙판도 꼭 볼 예정입니다. 예전 애니메이션으로 나왔을 때 더빙했던 성우분들 중 강백호만 빼고 다 바뀌었다고 하는데 퀄리티가 높고 몰입이 훨씬 더 잘 된다는 후문입니다. 자막 버전으로 봤을 때는 (일본어는 어느정도 알아들어서 그런지 ) 간략하면서 서정적인 일본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자막은 좀 더 친절하게 덧붙여지고 설명된 부분도 많았지만 일단 자막 버전만 본 입장에서는 자막 버전도 울리기에는 충분했다는 것입니다. 극장에는 내 또래 ( 30-40대) 남자분들이 거의 대부분 앉아서 관람을 시작했는데 첫 장면부터 훌쩍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내 옆에 남자분도 내 뒤 남자분도 내 앞의 남자분도 마지막 1분여의 정적이 흐르는 장면이 끝날 때까지 여기저기에서 눈물을 닦아내거나 훌쩍 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났습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감동을 한번 더 느끼고 싶기에 저는 한 번 더 보러 갈 예정입니다. 더빙판으로.
만화책에서는 강백호가 주인공, 극장판에서는 송태섭이 주인공
만화책에서는 강백호가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다가 주전 멤버들의 이야기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왔으나 이번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는 송태섭이 주인공으로 송태섭의 이야기를 메인으로 영화를 흘러갑니다. 그리고 만화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최대한 자제해서 후기를 남겨보겠습니다. 저와 같은 감동을 온전히 느끼실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러나 큰 맥락은 모두 다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고교농구 전국제패를 하기 위해 최강 1위 팀 산왕공고와 전국에서 유명하지는 않지만 떠오르는 루키 북산의 경기입니다. 전국 최강팀을 상대로 북산이 어떻게 이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미 만화책으로 슬램덩크를 접하신 분들은 내용을 다 아실 겁니다. 그래서 저도 큰 기대하지 않고 보러 갔는데 태산 같은 감동이 몰려왔습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종이 속에 들어있던 어릴 적 나의 친구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본 순간.. 소름이 돋고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다 아는 산왕공고와의 경기와 송태섭의 이야기를 잘 믹스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역시 이노우에 다케히코 원작가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작품이기에 감동이 남달랐습니다. 송태섭의 이야기가 모태가 된 것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단편작 피어스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찾아보시게 되면 송태섭이 왜 피어싱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극장판 슬램덩크에서 풀어낸 이야기가 피어스작품과 관련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실 겁니다. 극장에서 내용을 확인하시고 싶으신 분들은 찾아보지 마시고 직접 극장에 가셔서 보시기 바랍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솔직 후기
일단 첫 장면에서 스케치하는 소리와 함께 멤버들이 하나씩 그려지고 흑백에서 컬러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이 영화의 OST 음악과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멋있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만화책에서 나왔던 명장면이나 명대사도 나왔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불꽃남자 정대만의 앞니 빠진 단발머리 등장 회상 장면이 없어 아쉬웠지만 그래도 나름 분량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송태섭 인물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노우에 다케히코 원작자가 슬램덩크를 새롭게 해석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그런 부분이 무엇인지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이미 다 아는 이야기를 이렇게 몰입할 수 있게 만들고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연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슬램덩크 팬들을 위한 최고의 영화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개봉되기 전 일본까지 가서 관람을 하고 오신 분들도 있었는데 정말 일본까지 가서 볼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소년챔프를 사서 보던 그 시절 어린 꼬마들이 이제는 30-40대 어른이 되어 극장에서 유년 시절을 함께 보낸 슬램덩크 멤버들을 볼 때 어떤 기분인지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꼭 가서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그때 그 시절 어린 나로 돌아가는 순간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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