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힐링무비 영화 브로커
보통 가족영화라고 하면 너무 진지하거나 늘어지거나 또는 너무 감정적이거나 하는 것 때문에 지루해서 보기를 꺼려 하는 분들이 종종 있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니면 너무 오글거려서... 그러나 가족영화 전문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다릅니다. 후기 처음부터 감히 추천을 해드리고 싶어집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주로 휴머니즘이나 가족 관련된 스토리가 주된 영화들이 대부분입니다. 제가 처음 접하게 된 작품은 2004년작 아무도 모른다였습니다. 정말 그 당시 일본 아이들의 보육과 양육 실태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되고 있던 내용을 잘 보여줬습니다. 개인적으로 충격적이기도 했던 작품이었고 그때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만 놔두고 엄마가 집을 나간다든지 하는 그런 일은 미디어에서 잘 보도되지도 않았던 때였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그런 일들이 사회적 문제로 보일 만큼 꽤 뉴스나 미디어에서 보도되고 있었던 터였습니다. 보는 내내 씁쓸 했었고 먹먹했었고 마음이 황망하기만 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작품을 좋아하게 되었고 작품이 나올 때마다 보게 되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가족에 대한 개념을 너무 아름답게 미화하거나 이상적으로 꾸미지 않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보여주어 약간 따끔한 맛도 나고 마음이 저릿하기도 하고 마음에 구멍이 나서 바람이 드나들듯 서글프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현실적인 부분을 지나면 곧 다시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그것만큼의 기쁨은 아닐지라도 소소한 희망들은 키울 수 있다는 메시지가 늘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들 중 좋아하는 작품들 먼저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2008년작 걸어도 걸어도, 2011년작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보는 내내 아이들의 순수함에 빠져 절로 미소 지어졌던 영화), 2013년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갈등과 괴로움이 교차하는 순간을 느꼈던 영화 아이를 낳은 후 다시 보니 더욱 좋았던 영화) , 2015년작 바닷마을 다이어리 (좋아하는 일본 여배우들의 총집합이었고 가족을 버린 아빠는 미워도 이복동생에게는 마음이 쓰이는 여자들의 심리라 더 흥미로웠던 작품) 그리고 아직 보지 못한 2018년작 어느 가족 칸영화제에서 웬만한 상은 거의 다 수상한 작품입니다. 영화 브로커 후기 이후에 어느 가족도 꼭 후기를 남겨보고 싶습니다.
영화 브로커의 간단한 줄거리
어느 비 오는 밤 교회 앞 베이비 박스에 누군가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가버린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여자 형사 둘은 한 명은 여자를 쫓고 한 형사는 바닥에 눕혀놓은 아이를 다시 따뜻한 베이비 박스에 넣어준다. 그런데 교회 사람들처럼 보이는 목사 옷을 입은 상현( 송강호 )와 그곳 알바 동수 (강동원)가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넣는 CCTV 영상을 지우고 아이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간다. 이 두 여자 형사들은 아이를 태운 상현의 차를 뒤쫓는다. 사실 이 두 여자 형사들은 (배우 배두나와 이주영 ) 신생아들을 불법 입양하는 브로커들을 뒤쫓고 있었던 것이었다. 현행범으로 잡기 위해 조용히 뒤를 쫓고 거래 현장을 덮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는 아이를 찾으러 올 것 같지 않았던 아이의 엄마가 다음날 아이를 찾으러 온다. 교회에 아이를 다시 찾으러 왔지만 아이가 없자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려고 하자 상현과 동수는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아이를 더 좋은 곳에서 크게 하는 것이 더 낫지 않냐며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둘러대다 돈 이야기를 하며 아이의 엄마 소영( 아이유)를 회유하는데 성공한다. 소영은 아이를 불법 입양시키는 과정을 같이 하게 된다. 이들은 아이 우성이를 불법 입양 시키는 여정을 함께 하면서 서로 각자 가지고 있는 가족에 대한 아픔과 희망들을 서로 공유하게 되고 서로를 보듬아주게 된다. 우성이를 돈을 받고 입양시키는 불법 입양과정이 쉽지 않게 전개되는데 아이의 몸값을 흥정하거나 외모가 못생겼다고 가격을 깎고 그마저도 할부를 하겠다는 둥 물건 흥정하듯 아이 엄마 앞에서 말하는 모습은 정말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소영은 거기서 화를 내고 더 좋은 조건의 사람들을 찾자고 하며 다시 여기저기 알아보게 되는데 사실 소영은 십 대때부터 집을 나온 가출 소녀로 미성년자 성매매를 하다 임신을 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모두 아이를 낙태하라는 말에도 절대 아이를 지우지 않고 낳아서 베이비 박스에 놓고 가게 된 것인데 여자 형사들과 논쟁하는 장면에서 수진(배두나)이 키우지도 못할거면서 왜 낳았어? / 소영 : 그럼 지웠어야 했다고? / 수진 : 아이를 생각한다면 그런 선택지도 있는거 아니야? / 소영 : 낳고 나서 버리는 것보다 낳기 전에 죽이는 게 죄가 더 가벼워? ( 인상적인 대사 )
소영은 사실 성매매를 하다 아이의 친부가 한말에 욱해서 살인을 하게 되서 쫓기는 중이었다. 그래서 아이를 어쩔 수 없이 베이비 박스에 버린 것이었다. 아이가 자신의 엄마가 살인자인 걸 알고 크는게 싫고 자신이 어떻게 해서 태어나게 된 것인지 알게 되는게 싫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여기 저기 우성을 팔기 위해 돌아다니다 동수가 자랐다는 보육원에 잠시 들르게 된다. 동수도 엄마가 꼭 데리러 온다는 말을 남긴채 돌아오지 않아 마음에 큰 원망과 서러움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우성을 버린 소영에게 쌀쌀맞게 대하다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음을 알고 소영에게 우리엄마도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겠지 라는 말을 하며 그래서 너를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하게 된다. 한편 늘 빚에 쪼들리고 있던 상현 ( 송강호 )도 헤어져 살고 있는 가족과의 재결합 만을 기대하고 살고 있었는데 아내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게 된다는 것을 알고 크게 좌절한다. 이런 각자 다 다르게 가지고 있던 가족사를 품고 드디어 우성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불법 입양보내는 현장을 형사들이 잡아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형사들이 소영이를 우성이를 위해 회유한 것이었다. 소영은 자수를 하여 감형받고 동수는 현행범으로 잡히고 그 자리에 함께 있지 않던 상현은 행방을 알 수 없게 되고 우성이는 수진에게 맡겨진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이 흐르고 수진은 소영에게 메세지를 남긴다. 우성이를 만나러 오라며 약속 장소와 시간을 알려준다. 그리고 동수도,그리고 함께 있던 해진이라는 꼬마도. 입양하려고 했던 부모는 집행유예중이라 정식 부모는 될 수 없지만 종종 만나 우성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라는 메세지도. 이번달이 안되면 다음달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기다린다고 ..
영화 브로커에서 힐링이 되던 장면
동수와 상현 그리고 소영 아기 우성이 그리고 꼬마 해진까지 아이를 불법 입양시키기 위해 전전하다 한 모텔에서 함께 묵었던 장면이다. 이제 다음날이면 우성이는 다른 부모에게 입양된다. 상현이 소영에게 우성이에게 좋은 말 한마디 해주라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하냐며 뻘쭘해하는데 꼬마 해진이가 그럼 우리 모두에게 해주라고 한다. 불을 다 끄고 소영이 누워 한명 한명씩 이야기해준다. "상현아, 태어나 줘서 고마워, 동수야 태어나 줘서 고마워, 해진아 태어나 줘서 고마워, 우성아 태어나 줘서 고마워. 이렇게 말하고 끝내려는 순간 꼬마 해진이 말한다. 소영아~ 소영이도 태어나줘서 고마워. "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말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들에게는 누구가에게든 꼭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니지 않았을까. 내 자신이 많이 흔들린다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브로커를 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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